
힘든 날 떠오른 내 인생 최고의 귀인
어제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또 한 번 버티기 힘든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 속으로 삭이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남몰래 울며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힘들 때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정리해주는 참새, 챗GPT 같은 존재가 있어서 조금은 아픔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참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날 내가 만났던 할머니.
그분은 내가 살아오며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깊은 깨달음을 남겨준 내 인생 최고의 귀인이었다.
그날도 어제처럼 참 힘든 하루였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분명 며칠 전 꿈에서 귀인을 만났고, 꿈해몽도 귀인을 만나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현실의 나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 힘든 마음으로 집에 가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부산 연산로타리역에 내렸다.
그리고 부산 연산로타리 7번 출구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날, 나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7번 출구 계단을 올랐다.
부산 연산로타리 7번 출구에서 시작된 귀인을 만난 이야기
계단을 오르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귀인은 내가 만나고 싶다고 생각만 해서 만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귀인이 되어주려고 할 때, 비로소 나의 귀인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라가던 순간, 한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할머니를 지나쳐 몇 걸음 걸어갔다.
그러나 마음에 걸려 다시 뒤돌아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걸어갔다.
한겨울 찬 바닥에 앉아 있던 부산 할머니
할머니는 한겨울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두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웅크리고 계셨다.
주변에는 야채를 파는 상인도 있었고, 과일을 파는 상인과 붕어빵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팔고 계신 물건은 색깔별로 가지런히 놓인 욕실용 때타월 몇 묶음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걸어갔고, 누군가는 저녁거리를 샀으며, 누군가는 간식으로 붕어빵을 사 들고 그 길을 지나갔다.
나는 할머니 앞에 놓인 때타월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한겨울에 저 때타월이 과연 얼마나 팔릴까.’
‘주변에서 파는 물건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할머니의 모습은 도저히 구걸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저 자신이 가진 물건을 펼쳐놓고,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때타월을 팔고 계셨다.
때타월 10장과 만 원짜리 한 장
나는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 안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전부였다.
이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따뜻한 저녁 한 끼는 드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추고 때타월을 골랐다.
나는 할머니께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
할머니가 나를 올려다보느라 힘들지 않도록 눈높이를 맞추고 물었다.
“할머니, 이거 얼마예요?”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5장에 2,000원입니다.”
나는 마치 때타월이 꼭 필요해서 사는 사람처럼 이것저것 물었다.
“할머니, 이게 좋아 보여요. 10장 주세요.”
할머니는 검은 봉지에 때타월 10장을 담아주셨다.
할머니가 잔돈을 꺼내시려고 할 때 내가 말했다.
“할머니, 잔돈은 괜찮아요. 타월이 너무 좋아 보여서요.”
내 인생 최고의 귀인이 보여준 맑은 눈빛
그때 할머니가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셨다.

할머니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눈가에는 오랜 세월이 새겨놓은 주름이 자글자글했지만, 눈동자는 너무나 맑고 깨끗했다.
마치 그 눈동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할머니와 나는 아주 오랫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눈에는 슬픔도, 원망도, 세상을 향한 미움도 보이지 않았다.
반짝이는 별들이 담긴 우주처럼 깊고 맑았다.
투명한 보석처럼 빛났고, 따뜻한 빛이 담겨 있었다.

그분의 눈에는 세월보다 더 깊은 따뜻한 빛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유, 아가씨가 겨울에 타월 팔고 있는 할머니가 불쌍해서 그러는구나. 고마워요, 아가씨.”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저 진짜 필요해서 사는 거예요. 타월도 너무 좋아 보여요.”
“할머니, 많이 파시고요. 진짜 잘 쓸게요.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고 나는 서둘러 뒤돌아 걸어갔다.
그러나 몇 걸음을 걷기도 전에 마음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를 도와드리려고 다가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짧은 만남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나였다.
그래서 그분은 내 인생 최고의 귀인이 되었다.
내 인생 최고의 귀인이 남긴 인생의 깨달음
걸으면서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내 눈도 저분처럼 맑고 깨끗할까.’
‘나의 부모님과 내 주변 사람들의 눈은 어떨까.’
아무 생각도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할머니는 한겨울의 찬 바닥에 앉아 때타월을 팔고 계셨다.
살아오시며 세상의 힘듦과 고난과 풍파를 누구보다 많이 겪으셨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할머니의 눈은 하나도 슬퍼 보이지 않았을까.
왜 세상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눈빛이 아니었을까.
할머니의 눈은 오히려 따뜻한 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 눈을 닮고 싶었다.
그 눈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르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저분이 나의 할머니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곁에서 모시고,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따뜻한 방에서 함께 지내고 싶었다.
저분의 눈이라면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것 같았다.
그 맑은 눈을 바라보면 아무리 힘든 날에도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물이 났다.
할머니의 처지가 불쌍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나의 부끄러움이 드러나서 눈물이 났다.
나는 저분처럼 늙어갈 수 있을까.
저분의 눈동자 안에 담긴 빛을 나도 가질 수 있을까.
나이가 들어 수많은 세월을 겪은 뒤에도 저런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며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눈물이 났다.
삶의 힘듦 속에서도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그분은 내게 너무나 큰 깨달음을 주셨다.
삶의 힘듦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셨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안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돌아보게 하셨다.
살아가며 모진 풍파와 고통, 슬픔과 상처까지 많은 일을 겪으셨을 분이 어떻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실 수 있을까.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귀했다.
나는 어쩌면 얄팍한 마음으로 할머니께 다가갔는지도 모른다.
남을 도우면 나에게도 좋은 일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할머니의 눈을 마주친 순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 힘듦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힘들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나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 괴로움과 슬픔의 일부는 결국 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울었다.
내가 먼저 귀인이 되려 했을 때 만난 내 인생 최고의 귀인
나는 할머니께 마음속으로 깊이 감사했다.
‘제 앞에 나타나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마음을 느껴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 알 것이다.
내가 보는 세상의 모습은 내가 가진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느끼는 감정도, 내가 이어가는 생각도 내 마음속에서 만들어진다.
상처가 내게 쏟아지는 일까지 내가 원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준 상처와 부당한 일까지 나의 책임이라는 뜻도 아니다.
하지만 그 상처 안에 나를 더 오랫동안 가두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그러니 이제는 나를 더 힘들게 하지 말자.
나를 고통과 슬픔 속에만 가두지 말자.
내가 나를 밝은 빛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주자.
그날 부산 연산로타리에서 만난 할머니는 내게 물건을 판 사람이 아니었다.
그분은 내게 삶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나는 그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귀인으로.
내 인생 최고의 귀인과 EUNOLOGY에 기록할 삶의 태도
이 글은 제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적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저의 인생 방향이며, 앞으로 제가 닮고 싶은 모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다짐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고통 속에 갇힌 나를 매번 꺼내줄 것입니다.
후회하고, 속상하고, 눈물이 나는 날이 오더라도 저를 그 안에 오래 가두지 않을거에요.
EUNOLOGY는 희망과 나의 소망, 그리고 정보만을 쓰는 블로그가 아니에요.
이곳은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마음을 기록하는 공간으로 남길 것입니다.
내 인생 최고의 귀인에게 배운 삶의 태도와 그날의 깨달음도 이곳에 오래 남겨두려고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모두 같지 않다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사람의 마음은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 다를 때가 많아요.
내 부모라고 해서, 내 혈육이라고 해서 내 마음을 전부 이해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느끼는 아픔의 깊이까지 모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이제 알아요.
내 마음은 결국 내가 돌봐야 한다는 것을.
내 마음은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저는 내 마음을 먼저 안아줄 수 있어요.
마음 치유는 나를 고통 속에서 꺼내주는 일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한때의 저와 같은 마음으로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의 마음이 당신 자신을 너무 아프게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달래주세요.
나 자신을 어루만져 주세요.
그렇게 해도 돼요.
아픈 마음을 외면하지 않아도 돼요.
눈물이 나는 날에는 울어도 되고, 지친 날에는 잠시 멈추어도 됩니다.
다만 그 슬픔 속에 나를 영원히 혼자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픈 마음에 가장 먼저 필요한 귀인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가 나타나 나를 구해주기를 기다릴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아픈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귀인은 어쩌면 자기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
내가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것.
내가 나를 어둠 속에 홀로 두지 않는 것.
그것이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깊은 마음 치유일지도 모르거든요.
부산 연산로타리에서 만난 내 인생 최고의 귀인은 제게 그것을 보여주었어요.
저는 할머니를 도와드리려고 다시 뒤돌아갔지만, 정작 그날 제 마음을 건져 올린 사람은 할머니였어요.
그분의 맑은 눈은 지금도 제 마음속에서 작은 별처럼 빛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내가 다시 힘든 날을 만나더라도 그 빛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내가 먼저 나의 손을 잡아주며, 나 자신에게 내 인생 최고의 귀인이 되어주려고 해요.
tarot wisdom 내 인생 최고 귀인, 추억 속 이야기